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 201105
최근 영국에서 이뤄진 한 연구는 다른 연관성을 제시한다. 100여 개의 점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노화가 더디게 일어나서 결과적으로 주름살이 더 적고 골다공증에 걸릴 가능성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길이가 짧아지는 텔로미어라는 DNA의 조각과 관련이 있다. 점이 많다는 것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그만큼 길다는 증거다. 이는 일부 세포가 분열을 멈춰 새로운 조직을 생성하지 못해 노화 상태에 빠지는 시점을 늦춰준다. 이 때문에 백인의 10%에 해당하는 ‘점이 많은’ 사람들은 암에 걸리기 쉽지만, 점이 가져두주는 이득이 더 많을 때도 있다고 피부과 전문의 베로니크 바타이유는 말한다.
명백한 위험
올 봄, 미국 시카고의 윌리스 타워와 뉴욕의 록펠러 센터를 비롯해 미국 내 약15개 도시와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많은 건물들이 이동하는 철새를 위해 야간에 전깃불 사용을 줄일 계획이다. 수백만 마리의 새들이 창문에 부딪혀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조류보호협회의 크리스틴 셰퍼드는 캐나다와 미국에서 해마다1억 마리가 너는 새들이 창문에 부딪힌다고 말한다. 참새, 휘파람새, 지빠귀새 따위의 ㅅ들은 실물과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다 특히 봄가을 이동철에는 야간 불빛에 방향감각을 잃는다.
용기, 도전, 자유의 대명사
요세미티 국립공원
시더 라이트는 암벽면을 더 잘 붙잡기 위해 초크를 바른 손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온몸을 뻗어 하이어 커시드럴 록에 있는 등반로인 ‘그래비티 실링’의 천장 부분을 건너느라 근육이 끊어질 듯 아프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력을 다하고 있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평온하고 침착했습니다.” 그는 말한다.
9월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젊은이 한 명이 하프돔의 암벽면에 매달려 있다. 하프돔은 미국 요세미티 계곡 중심부에 있는 높이 650m의 가파른 화강암벽이다. 알렉스 호널드(23)는 손가락 끝으로 동전만큼 얇은 바위 모서리에 매달린 채 암벽에 살짝 튀어나온 부분을 딛고 서서 지금껏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일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하프돔에 있는 레귤러 노스웨스트 페이스 등반로를 밧줄 없이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까지 30m도 남지 않은 지점에서 최악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일이 발생했다. 호널드가 순간적으로 자신감을 잃은 것이다.
호널드는 2시간 45분 동안 등반에 완전히 몰입해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수백 번에 걸쳐 정교하게 손발을 차례차례 움직였다. 단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았다. 밧줄이나 보호 장비 없이 초크 주머니를 매달고 암벽화만 신은 채 오직 자신에 대한 믿음과 능력에만 의지해 암벽에 계속 붙어있어야 한다. ‘단독 자유등반’에서 자신감 상실은 위험할 수있다. 만약 호널드가 손가락 끝으로 버티지 못하거나, 단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믿기만 해도 그는 추락해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호널드는 정신적 피로로 갑자기 집중력이 떨어져 슬랩(평평하고 넓은 바위)을 앞에 두고 꼼짝도 못하고 있다.
“저 슬랩에 절대 발을 딛지 못할 거야. 아, 이런 망했다.” 호널드는 암벽면에 툭 튀어나온 미끌미끌한 부분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한다.
하프돔 등정은 1957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온 로열 로빈스와 그의 대원들이 최초로 해냈는데 닷새가 걸렸다. 그들은 계곡 바닥으로부터 1457m높이에 있는 정상에 오르기 위해 얇은 강철 쐐기못인 하켄 100여개를 바위 틈에 박아 넣고 거기에 밧줄을 걸면서 올라갔다. 이런 등반 방식을 ‘인공등반’이라 부른다. 한 세대 뒤인 1976년에는 미국 콜로라도 주 출신 아트 하그비와 짐 에릭슨이 밧줄을 거의 쓰지 않고 34시간만에 하프돔에 올랐다. 그들은 바위 틈새에 손발을 쐐기처럼 끼워 넣으며 등반했고, 밧줄은 추락 방지용으로만 썼다.
호널드가 하프돔에 매달린 채 머뭇거린다. 초크를 이손 저손에 정성스레 묻힌 다음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바위 턱들 위에서 조심스레 발을 움직인다. 그러나 갑자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끄러운 돌출부에 발을 갖다 대더니 신발로 더듬는다. 신발이 돌출부에 착 달라붙는다. 호널드는 또 다른 바위 턱으로 한 손을 뻗어 작은 모서리를 움켜 잡는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호널드는 정상에 오른다.
“자신가과 평정심을 되찾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호널드가 소년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나중에 내게 말한다. “그 아슬아슬한 바위 턱을 딛고 올라가5분 동안 미동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갇혀 있던 상태에서 벗어났죠.”
호널드가 하프돔을 단독 자유등반으로 2시간 50분 만에 등정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졌다. 등반가들은 깜짝 놀랐고 블로거들은 이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다. 2008년 따사로운 가을날, 캘리포니아주의 새크라멘토 교외 출신으로 등산광인 한 청년이 최고 수준의 등반 대회에서 신기록을 수립했다.
코크는 요세미티 계곡에서 가장 힘든 등반로를 몇 군데 개척했는데, 거의 언제나 밧줄을 써서 올랐다. 그 덕분에 그는 1955년 이래 이곳에서 숨진 83명의 등반가와 달리 아직 살아남아 있다. 반면 단독 자유등반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아차 하는 순간 끝장 나는 거죠.” 딘 포터가 기탄없이 말한다 요세미티 최고의 단독 등반가 두 사람도 밧줄을 쓰지 않고 등반하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70억 세계인구 특집
방글라데시
세계 인구는 지구 표면에 흩어져 있는 70억 개의 점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 가보면 미국 루이지애나 주만한 공간에 세계인구의 절반이 들어차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나라의 수도 다카는 사람들로 너무 붐벼서 길이나 공원은 전부 노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이 도시의 후텁지근한 도로와 골목들은 1500만 명 가량의 인구로 가득해 혼란의 도가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교통 체증으로 발이 묶인다.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 벵골인 거지, 야채상, 팝콘 장사, 인력거꾼, 잡상인들이 오간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를 테면 적막강산이라 부를 만한 곳은 없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놀랄 일은 아니다. 방글라데시는 지구상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면적이 훨씬 넓은 러시아보다도 인구가 많다. 총 인구가1억6400만 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 사람이 완전히 홀로 있다는 건 수학적으로 봤을 때 불가능하다.
방글라데시의 경제는 의류 수출업의 호조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유엔이 정한 새천년개발 목표 중 하나도 달성했다. 즉 1990년과 2008년 사이에 영아 사망률을 출생 1000명당 100명에서 43명으로 대폭 줄인 것이다.
칼리룰라는 ‘차’에 거주한다. ‘차’는 방글라데시의3대 강인 파드마 강, 자무나 강, 메그나 강 유역의 범람원에서 수시로 모양을 바꾸는 섬을 일컫는 말로 칼리룰라를 비롯해 수십만 명이 이런 섬에 살고 있다. 이들 섬은 대부분 면적이3km2도 안되는데, 조수, 계절, 달의 운동, 강수량, 강 상류의 흐름 등에 따라 높아지거나 낮아지고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차’ 주민은 배를 타고 다른 ‘차’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가 ‘차’가 감쪽같이 사라진 걸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그들이 몇 킬로미터 떨어진 하류에 새로 형성된 ‘차’로 이사해 하루 만에 집을 짓고 해질 녘에는 작물까지 심었다는 얘기를 소문으로 전해 듣는다.이런 차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집을 짓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방식은 올림픽에 ‘적응’ 조목이라는 게 있다면 가히 메달감이다. 아마 지구상에서 ‘차’ 주민들만큼 적응력이 뛰어난 이들은 찾기 힘들 것이다.
‘차’에서 살려면 몇 가지 비결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칼리룰라는 말한다. 우선 집을 조립식으로 짓는데, 단 몇 시간 내로 자재들을 해체하고 날라서 다시 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최소2m높이의 토대를 쌓은 후 그 위에 집을 짓는다. 혹시 급하게 이사할 경우를 대비해 항상 가족의 짐가방들을 잠자리 옆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문서도 가지고 있다. 새 섬이 나타나면 그곳에 자리 잡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문서다. 이것은 남부에서 올라온 100만 명의 이주민들이 ‘차’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방지해 주는 여러 법과 관습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제도의 일환이다.
문맹퇴치 운동가인 압둘라 아부 사이드는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어느 날 나는 다카에서 교통이 매우 혼잡한 도로에서 차를 몰고 있었어요. 수천 대의 차량들이 하나같이 어디론가 황급히 내달리고 있었죠. 그때 나는 대여섯 살쯤 된 소년을 칠 뻔했어요. 그렇게 차가 붐비는데 아이가 중앙 분리대에서 곤하게 자고 있는 거예요. 차들이 아이의 머리를 스칠 듯 말 듯 하며 쌩쌩 지나치고 있었죠. 세계에서 교통 혼잡으로 악명 높은 도로 중 한 곳에서 아이는 태평하게 낮잠을 자고 있었던 거예요. 그게 방글라데시예요. 우리는 이렇게 위태로운 환경에 익숙해져 있어서 기대치가 아주, 아주 낮습니다. 그래서 거의 어떤 상황에나 적응할 수 있는 겁니다.”
베짜기개미들의 자매애
만약 외계인들이 지구에 도착해서 인사말로 처음 건넨 말이 “나를 개미에게 데려다주시오”여도 벌컥 화를 내지는 말자.
그 개미는 아마도 모든 개미들의 어머니인 여왕개미로, 무게가 소금 몇 알갱이 정도밖에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 여왕개미와 다른 여왕개미들 그리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개미제국에 속해 있는 개미들의 무게를 전부 합치면 오늘날 지구에서 바글거리며 살고 있는 70억 인구의 무게와 맞먹을 것이다. 게다가 여왕개미들과 그 자손들은 규모가 크고 매우 조직적인 협동 사회를 이뤄 전략적인 전투를 벌이거나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기르는 따위의 활동을 하며 적어도 5000만 년이나 살아왔다. 인간이 이런 사회를 이루고 생활한지는 아무리 길게 봐도1만 년 정도나 되었을까?
모펫은 한술 더 떠 베짜기개미들이 어떻게 공간이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아인슈타인의 우주’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내게 계속 설명하려 든다. 마음속으로 자신이 개미만 하다고 생각하고 잎사귀 위를 걸어보라. 잎사귀는 이차원 평면이지만 휘고 뒤틀려 있어서 잠시 걷다보면 갑자기 끝이 가늘어지면서 허공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래도 상관없다. 잎사귀 가자자리를 타고 넘어가 잎사귀 뒷면으로 계속 걸어가면 된다.
“베짜기개미는 너무 가벼워서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요.” 모펫은 말한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면 녀석들은 더 큰 충격을 받기 때문에 어디가 아래쪽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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