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회사에서 텀블러를 하나씩 나눠줬다.

 

말로만 줄여라, 줄여라, 하지 않고

대안을 줘서 고맙고,

 

텀블러가 갖고싶고 쓰고싶게 디자인된

꽤 괜찮은 거라고 고마웠다.

 

그런데 텀블러가 길죽하니 꽤 큰 사이즈라

한번 쓰고 씻을 때마다 물을 꽤 많이 쓰게 된다.

 

종이를 아끼려고 나눠준 텀블러가

물의 사용을 더 늘리게 만들어 아이러니하다.

 

그래도 종이컵은 씻을 필요 없어 물은 덜 들었는데,

라는 생각과

 

종이컵을 만들기 위해 나무만 필요한 게 아니라

엄청난 양의 물도 소모된다는 생각 속에서

 

뭐 일단은 나무와 종이를 아끼는 게 더

급 한 가 보 다 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들이 설거지를 하거나 물을 쓰는 행태를 보면 각양각색인데

적어도 한 가지,

내가 어릴 때 물 쓰던 방식보다 다들 훨씬 많이 쓰고 있다는 것.

 

컵 하나 씻을 때 쓰는 물의 양을 보면,

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써버린다는 것.

 

그래서 생각나는 게 자동식기세척기.

텀블러 사용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동시에 물 사용도 아끼기 위해

자동식기세척기를 들여놓는 것.

 

그리고 절수되도록 세팅해놓으면

과감하게 물 소비하는 행태를 막을 수 있고,

여전히 텀블러 씻는게 귀찮아서 종이컵 쓰는 이들도

편하게 텀블러를 사용할 수 있으니 좋은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다음에 생각이 나는게,

전기의 소비.

 

종이와 물을 아끼기 위해

전기를 소모하게 되는 아이러니.

 

그런데 전기를 만드는 원료는 다시

물이나 혹은 화석연료...

 

흐음...

환경문제는 역시 쉬운 게 아니구만.

이라고 안이하게 생각이 들었다가

 

다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소비의 대안이

또 다른 소비밖엔 없는 건가.

 

소비를 막기 위한 소비라니.

 

결국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생활은

소비를 통해 유지되고

소비를 통해 커뮤니케이션되고

소비를 통해 인정받고

소비를 통해 ...

 

소비를 넘어

 

서는

생각과 이해와 공감이 어렵다는 것.

 

자기 꼬리를 먹어들어가는 뱀처럼

뭔가 진행해 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전혀

 

아닌 것 같은 느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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