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에 미친 나라
나는 애리조나에서 온 미국인이다.
혹은 마드리드에서 온 스페인인이다.
한국말은 할 줄도 모르고 들을 줄도 모른다.
그렇기에 한국말 사이사이 들리는 영어만이
사막에서 만난 생수 한 병처럼 반갑다.
근데 이 나라 이상하다.
TV, radio, 거리에서 들리는 영어의 대부분이
smart다.
심지어 모든 광고물들의 절반은 smart를 말하는 듯하다.
생수, 슬리퍼, 컴퓨터, 텔레비전, 패션, 금융, 자동차…
이 나라에서 사용되는 smart란 말은
내가 알고 있는 영어 smart와는 다른 뜻인 듯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good의 뜻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정말 좋은 TV, 정말 좋은 서비스, 정말 좋은 은행, 정말 좋은 초코렛,
정말 좋은 병신, 정말 좋은 공해, 정말 좋은 쓰레기, 정말 좋은 뻑큐…(하나 주까?)
smart란 단어가 브랜드를 수식하는 게 아니라
모든 브랜드와 제품들이 smart라는 관념을 광고하는 듯하다.
아, 참고로 애리조나에서 온 미국인은 브랜드 마케터고
마드리드에서 온 이탈리아인은 카피라이터겸 정원사다.
뭐 이 나라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테지만
아무튼 이 나라 좀 이상하다.
뭐랄까.. 집단 세뇌된 듯한…
혹시 SOUTH KOREA행 비행기가 아니라
NORTH KOREA행 비행기를 잘못 탄 걸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한국 사람 만나서 인사할 땐
You're Smart라고나 얘기해야겠다.
이탈리아 우리 동네 멘치니에서 배 나온 아줌마들에게
예쁘다고 하면 다 오케이! 되듯이
그냥 Smart라고 해주면 오케이 될 듯 하다.
아, 그나저나 이 나라
왜 이렇게 붉은 십자가가 많은 거야.
생리혈로 쓴 편지처럼
뭔가 오싹해…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