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고 난 뒤에야
나도 내게로 돌아갈 수 있다.
돌아가고 난 뒤라서
한적의 중간 중간
버려진 당신들 사이
나도 내게 돌아가고 싶은 나를 주워담는다
오후 두 시를 넘어가던 시험 범위가
해질녘에야 뒤척여진다
그렇게 저장되고 싶어 애쓰던
인류의 3천년 교양이
저린 어깨를 타고 늘러 붙는다
라면 자국도
그 라면 빨아먹던 입술도
다 가고 싶은 자기가 있다
집에 가고 싶은 청소아주머니 발자국 사이
보내지지 못한 내가 아직 그곳에 있다
깨끗이 치워진 내일 유리창 앞에
자신과 나를 비춰보는 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