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나

 

 

요즘은 컴퓨터와 함께 사고가 이뤄진다.

컴퓨터 부팅을 기다리는 동안

조급해지는 이유다.

빨리 사고를 해야 하는데

화장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똥 마려운 사람처럼

컴퓨터와 인터넷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것이다.

 

컴퓨터가 열리면 비로소

내 사고는 원활하게 진행된다. 혹은 진행된다고 여겨진다.

인터넷 속의 방대한 사고를 마치

나의 사고인양 다루다, 간혹 인터넷 없이 사고를 할라치면

자신의 초라함과 앙상한 사고력에 맥이 빠져버린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는 직장인이

배만 나오고 다리가 힘없이 얇아지는 것처럼

사고력 또한 비슷한 진화 혹은 퇴화의 과정을 겪는다.

 

컴퓨터를 이용하며 사고를 진행해가는 도중

갑작스레 컴퓨터가 멈춰버리면

사고도 느닷없이

멈춰버리곤 한다.

 

때로 컴퓨터가 락이 걸려버리면

마치 컴퓨터의 아픔을 내가 느끼는 듯

격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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