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 사러 갈 용기 하나 손에 쥐고

 

 

형광등 사러 가는 데도 용기가 필요해

커피에 위스키를 섞어 마셨네

아니 아직 이 시가

집처럼 쌓여가는 먼지 사이

위스키 뚜껑을 열고

콧물 몇 방울 떨군

러시아산 썰매처럼 콧날을 지나

北國으로 시집가는 입술을 마중 나갈 자신이 없어

말았다 나갔다 말았다 하는

위스키 비어가고

형광등은 비틀비틀하고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고 혀를 빼무는 사이

고맙다는 말을 처음 배운 순간이 찾아와

아마 넌 날 기억 못 할 거야 노래하는 남자와

난 널 잊지 않을 거야 노래하는 여자 사이에서

언젠가 나 이 뜰에서 

술에 취해 몇 번이나 콜록이며

침묵하지 않아 들을 수 없는 어둠을

자라목처럼 두르고 앉아

형광등 사러 갈 돈을 손목에 쥐고

형광등 하나 사러 갈 용기를 손목에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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