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통 가는 카피라이터
오늘 오후 4시경 목이 말라 물을 뜨러 갔죠.
쪼륵. 몇 방울 나오다 멈추는 물.
오늘도 역시 생수통은 비어있더군요.
거참. 과장해서 생각하지 않더라도
제가 생수통 가는 횟수는 남들에 비해 꽤 많은 것 같더군요.
한 층에 약 100여명.
생수기는 두 대.
그런데 거의 2~3일에 한번 꼴로 생수통을 제가 갈고 있죠.
머피의 법칙인가?
혹은 내가 물을 자주 마셔서?
혹은, 심리적 착각인가?
그러나 저 생수기가 제 자리에서 제법 가깝거든요.
오른쪽으로 얼굴만 돌리면 보일 정도거든요.
복사기도 바로 그 옆에 있구요.
그래서 누가 물 가는 모습 같은 건 쉽게 제 눈에 띌 텐데.
게다가 언제나, 물이 나오는 중에 끊기는 것이 아니라
빈 통, 빈 상태였다는 거죠.
다시 말해 누군가 자신의 차례에서 물이 끊겼는데도
물통을 바꾸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이죠.
그러면서 사무실을 쭈욱 흝어보는 제가 있죠.
아, 여자들이 많아서 생수통 못 갈아서 그랬나보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이 생수통 마개 부분에 둘러져있는 플라스틱 껍데기, 이거 참 불편해,
그런 생각도 하죠.
생수통 가는 거, 어렵지 않습니다.
빈 통을 빼고, 새 통 입구의 플라스틱 껍데기를 손톱으로 특특 긁어서 벗기고,
플라스틱 껍데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 물통을 생수기계 위로 쿵 올려놓으면 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가끔 귀찮습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생수통 갈면서 내 연차가 떠오르기도 해서
깜놀하게 됩니다.
생수통 하나 가는 데도 나도 모르게 생겨나는 계급의식이 우습습니다.
그래 내가 아직 카피 한 줄 맘에 들게 못 써도
생수통 가는 건 귀찮아하지 않는 그런 카피라이터가 되야겠다,
생각합니다.
좀 더 흥미롭게 생수통 가는 법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봐요,
혹시 그쪽 사무실에
생수통이 종종 비어있거나 하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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