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손톱을 가진 카피라이터
키는 이미 10년도 더 전에 멈췄는데
손톱은 왜 자꾸 자라는 걸까요?
요 별 것도 아닌 게 은근히 귀찮아서
자식처럼 눈 벌겋게 열 놈이나 되고
박해도 만만찮아서, 회사에서 깎으면 윗사람이 뭐라 하고
밤에 깎으면 복 나간다 뭐라 하고
길가에서 깎으면 지저분하다 그럽니다.
에이, 일찍 퇴근하면 집 가서 깎아야지 하다가도
새벽 귀가하면 깜빡하고 잠들어
다음날 키보드 두드릴 때 다시 생각나며 자책을 부르는
손톱.
이 손톱이 요즘은 빨리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왜냐구요?
여자친구가 새끼 손톱에 황금색 펄 매니큐어를 칠해놨거든요.
매니큐어 칠했다고 자랑하길래, 예쁘다고 맞장구 쳐줬더니…
저도 한 때 열 손가락 색색 매니큐어 칠했던 적도 있지만,
이렇게 새끼 손가락만 그것도 황금색 펄이라니.
아 눈부셔.
제 맘대로 지우면 분명 토라져버릴 이 분 때문에.
번적 번쩍 광이 나는
황금색 새끼 손톱이 빨리 자라길 기다리는 카피라이터입니다.
어쨌거나 손톱은 자랄 테고,
손톱깎이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나저나 제 카피 실력도 자라고 있는 중이어야 할 텐데요.
끝없이 자라 모니터 속 띄워놓은
보름달을 긁어버릴 정도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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