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BAI로부터 문자 받는 카피라이터
해질녘이 되면, DUBAI로부터 종종 문자가 옵니다.
[끌리는 사람은 유능한 사람이라기보다 든든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든든한 형님께~ DUBAI 한재덕 2월 17일 오후 5:00]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소평가 마세요~ 형님은 최고입니다.
DUBAI 한재덕 2월 24일 오후 5:03]
이 DUBAI는 해질녘이면 슬슬 영업 준비를 시작하는
단란주점 DUBAI입니다.
가본 적도 없는 DUBAI에서 문자가 오는 것도 신기하지만,
거의 1년이 넘도록 이렇게 꾸준히 문자를 보내는 것도 대단하지만,
때로는 문자 자체가 아름다워서 놀라게 됩니다.
내가 카피라이터인데, 이사람이 더 카피라이터 같습니다.
정말이지 한국어만 쓸 줄 알면, 카피라이터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이 단란주점 ‘동생’이 특출난 걸까요?
가끔 진지하게 이 ‘동생’에게 카피라이터를 권해보고 싶단 생각을 해봅니다.
야근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할 것 같은데...
카피라이터의 3대 재능은 술, 밤샘, 맷집 아닐까요? (참고로 전 이 3가지가 모두 능력 미달입니다.)
그런 면에서 단란주점 동생들로 가득한 광고회사는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면 야근 도우미도 빼놓을 순 없겠네요.
문서 창 흰 벽에 광고주 얼굴을 그려넣고 증오의 원형질을 퍽퍽 던지고 있을 때
배 한 조각, 사과 한 조각씩 집어 제 입에 넣어 주려나요?
사실 사원 때부터 제 책상 모니터 뒤엔 항상 작은 위스키 한 병이 있었죠.
싸구려 자전거의 체인이 꼬여 패달링이 멈추고 고꾸라지듯 머릿속이 꽉 꼬일 때면
위스키 한 잔을 부어서 급하게 풀어내기 위한 용도입니다.
무식하고 효과도 미심쩍은 방법이죠.
아, 물론 위스키 이녀석은 절 친구로 생각하는 듯 늘 묘한 표정을 띕니다만...
현재 시간 8:26. DUBAI 동생에게 답문을 적어봅니다.
[동생 문자도 참 환상특급입니다. 오늘밤도 홧팅~]
아, 문자 참 허접합니다. 차라리 내가 DUBAI로 카피 유학 다녀와야겠습니다.
아무튼, 오늘 밤도 DUBAI는 꿈도 못 꾸고,
제 자리 묘한 표정의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십니다.
일도, 밤도,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당신도 힘내세요. DUBAI 한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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