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꽃들의 구치소이다
조연향
담장 휘어진 가지마다 횃불을 밝히는
낯선 곳으로 이끌려 온 듯 두리번두리번
봄은 꽃의 입구를 찾는다
봄이 꽃들의 구치소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
꽃들과 봄은 서로의 문을 쉽게 찾는다
서로에게 아직
그 향기 남아 있으므로
활활 타오르는 노오란 자유의 세계 앞에
딸랑딸랑 하나씩 열쇠를 흔들며 새들이 울어댄다
얼마나 아득한 생이었던가
잠그고 떠나갔던 시간을 다시 풀고,
오랜 어둠의 결박을 풀고
깊숙한 밤의 늪 속에서 끌고 온 길들을
부려 놓는다
얼마나 아득한 날들이었던가
바람이었던 겨울이었던 입구에서
꽃의 기억을 가득히 가두고 있는
봄의 입구까지 두리번두리번
누가 나를 여기서 하차하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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