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바지
아버지의 바지는 옷걸이에 걸려 티비를 보고있수다
아버지의 바지는 플라스틱 컵에 담겨 이를 벌리고 있수다
혀를 넣었다 뺏다 하는
아버지의 바지는 예가체프 커피 속에 잠겨
죽죽 지나가버린 청춘에 침을 뱉고 있수다
노트 몇 장에 겨울이 다 찢기고
흙물이 축축 손에 젖어왔수다
노트 줄 따라 내 맘은 강릉 13호 터널로 줄행랑
고개 내려 보지 않아도 손마디 시린 것처럼
머리 빗은 아버지의 바지가 뒷자리에 있수다
겨울 내내, 퇴비에서 올라오는 열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