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스러움에 대하여

 

 

관광지에는 어쩔 수 없는

관광지스러움이 있다

원숭이에게 어쩔 수 없는

원숭이스러움이 있듯이

일단 어떤가 난 검토해본다

관광지스러움나는 사람인가 아닌가

모르겠다 누가 이름 없는 날

자주 찾아오겠는가

책을 닦는다

어느 순간부터 책을 닦는 습관이

책 속 등장 인물들의 이름까지 지워버리고

그들은 모두 단 한 명의 인물

나로 읽힌다

나로 얽힌다

본래부터 관광지인 곳은 없다

본래 바다였거나 절이었거나 벼랑이었거나

누군가의 집이었던 것이

관광지로 표기된 것이다

관광지스러움이란

본래의 나가

관광지로서의 역할과 관점에 의해

점차 나가 떨어져서 생겨나는 것

바다라기보다 관광지

절이라기보다 관광지

벼랑이라기보다 관광지가 되는 것

누군가 좋다고 해서 가보라고 해서

15년만에 다시 찾아온 경주에서

경주빵을 둘러싼 비닐 포장지와 스티커 같은

관광지스러움을 느낀다

다시 책을 꺼내 얼굴을 비빈다

관광지가 될 일도 없겠지만 나는

혹은 관광지를 찾듯 베스트셀러 코너를 뒤지는 나는

배 나온 채로 허기를 느끼는 불국사다

왕실의 빗자루다

아 어머니

그가 관광지가 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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