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도 내가 남들처럼

 

 

남의 스타벅스에서

남의 전동칫솔 카피를 쓴다

남의 조명과

남의 전기세 아래 그림자 드리우며

남들을 남들처럼 살 수 있도록 하는

카피를 쓴다

남들은 멀리 있지 않고

언제나 등 뒤에서 편안하다

남을 위한 사랑은 쉽다

남들을 위한 어정쩡한 사랑을 담아

프로모션 경품 목록들을 나열하다

때로는 내게서도 네가

남이었구나 싶다

경품처럼 왔다 간

몇 몇 여자를 떠올리다가

다시 카피를 쓴다

물건이 팔리길 바라고

연봉이 오르길 바라고

내게서 남이 된 그들이

자꾸 찾아오는 밤을 혼자 맞지 않길 바란다

때로는 네게서 남이 되고 싶고

때로는 그럴까봐 카피가 써지질 않는다.

눈이 오기 전엔 세상 프로모션이 다 끝나고

사랑해'듀오' 로 시작된 짝짓기 광고들도 그만 퇴근하고

특허받은 음파기술에 대한 관심도

남들의 커피 취향, 보험료 관심도 다 꺼버리고

눈밭에 쓸 몇 자

너에게 주고 싶은 몇 자 생각해봐야겠다.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작은 일상에 대한 축사  (0) 2012.07.09
비둘기가 계단 뛰어내려올 때 나는 소리  (0) 2012.07.09
방귀일 테지요  (0) 2012.07.09
생각의 위로  (0) 2012.06.28
영화관  (0) 2012.06.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