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일상에 대한 축사
사 만원 가량의 맥주를 마시고 나서야
시가 한 편 나왔다
시 한 편에 5만원인데…
속 쓰려 허리를 폈다 굽혔다
아 이런 아코디언이 내는 소리
팀장이 퇴근하며 주고 간 빵 한 덩어리를
팀원 셋이서 나눠먹었다
아 이런 깊은 야근의 맛
원재료 밀과 보리들도 농약과 고엽제 마시며 야근하며 자랐으렸다
만년필과 리필용 잉크 카트리지를 사고
만년필을 잃어버렸다
리필용 잉크 카트리지를
하루 한 번씩 다른 펜들에 꽂아본다
귓구멍이나 콧구멍에도 넣어본다
날카로운 펜촉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은 없다
뭉툭한 연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거다
워드 프로세서를 주로 사용하는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진
뭔가를 한참 찔러대면 결국
내게 돌아와 술이 된다
술 마실 돈이 되고
술 들어갈 상처가 된다.
아브라카타브라 뒤늦은 정체성의 고민을 이기고
카피의 신이 되어라고 쓴다.
물건 파는 신이 되어라고 쓴다.
아 이런 꿈을 버린 자들이 적들보다 무서운 소리를 내며
웨딩 마치를 올린다
축의금에 독을 타서 넣는다
행복하라는 독설을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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