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계단 뛰어내려올 때 나는 소리
어젯밤 내내
비둘기가 계단 뛰어내려올 때 나는 소리가 났다.
통화 좀 하자는
친구의 말을 무시할 때 나던 소리기도 했다.
사막 닮은 회의실 하나 지나
껍질 벗겨진 부장이 오래 앉아있는 걸 볼 때 나는 소리기도 했다.
움푹 꺼져가는 소파에 고여
애리조나의 홍차맛*이 간절해졌다
두뇌 속 일만 하는 방에선
또 다툼이 일어선다
언제나 그 방이 제일 청소할 게 많았다.
아무도 붙잡지 않았는데도
모두가 날 붙잡고 도는 듯한 기분으로 가방을 들고
수갑 묶듯 퇴근을 찬다.
손에든 핫도그조차 날 붙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날이면 비포장길 닮은 여자들
들풀 닮은 눈썹 사이를 지나
‘결론’을 실은 우주선을 발사하는 꿈을 꿀 것이다.
얼룩 비둘기 한 마리가
계단을 뛰어내려올 때 나는 소리가 났다
* 애리조나 아이스티, 카페에서 4000원 가량에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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