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계단 뛰어내려올 때 나는 소리

 

 

어젯밤 내내

비둘기가 계단 뛰어내려올 때 나는 소리가 났다.

통화 좀 하자는

친구의 말을 무시할 때 나던 소리기도 했다.

사막 닮은 회의실 하나 지나

껍질 벗겨진 부장이 오래 앉아있는 걸 볼 때 나는 소리기도 했다.

움푹 꺼져가는 소파에 고여

애리조나의 홍차맛*이 간절해졌다

두뇌 속 일만 하는 방에선

또 다툼이 일어선다

언제나 그 방이 제일 청소할 게 많았다.

아무도 붙잡지 않았는데도

모두가 날 붙잡고 도는 듯한 기분으로 가방을 들고

수갑 묶듯 퇴근을 찬다.

손에든 핫도그조차 날 붙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날이면 비포장길 닮은 여자들

들풀 닮은 눈썹 사이를 지나

결론을 실은 우주선을 발사하는 꿈을 꿀 것이다.

얼룩 비둘기 한 마리가

계단을 뛰어내려올 때 나는 소리가 났다

 

* 애리조나 아이스티, 카페에서 4000원 가량에 판매.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화  (0) 2012.07.10
내 작은 일상에 대한 축사  (0) 2012.07.09
네게도 내가 남들처럼  (0) 2012.07.09
방귀일 테지요  (0) 2012.07.09
생각의 위로  (0) 2012.06.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