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

 

 

 

당신이 지금보다 덜 슬펐을 때를 생각한다

너의 집 앞에

유독 서성이던 비를 생각한다

싸우고 뒤돌아 발길질 해대던

남의 집 나이든 돌계단과

하나하나 밟아 내려와

바닥에서 무릎 꿇던 내 살들을 생각한다

추억을 살찌우던 너와의 시간을 생각한다

우산 가게 할아버지가 꺼내주던 3단 우산과

한참을 퍼붓던 비를 생각한다

이제 슬픔이 그치고

집에 돌아오고서야

우산을 놓고 왔다는 걸 생각한다

버스 창가에

너를 함께 놓고 왔다는 걸 기억한다

 

후회한다,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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