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알랭 드 보통, 2012(초판3쇄)
우리 자신의 불멸성에 대한 관습적인 믿음을 포기하고 나면, 비로소 우리는 외관상 바람직하지 못한, 그리고 외관상 영원한 경험의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일련의 미확인된 가능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현실에서 모든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그 자신의 독자이다. 저자의 작품은 만약 그 책이 아니었으면 독자가 결코 혼자서는 경험하지 못했을 어떤 것을 스스로 식별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시력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 베로나의 두 연인이 맞이한 비극적 종말. 애인이 죽었다고 잘못 생각한 청년이 목숨을 끊다. 애인의 운명을 발견한 여성도 뒤따라서 목숨을 끊다.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 러시아의 젊은 가정주부, 가정불화로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다.(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 프랑스의 지방 도시에서 어느 젊은 가정주부가 가정불화로 비소를 먹고 자살하다. (플로베르, 보바리부인)
“사람이 슬플 때에는, 침대의 온기 속에서 누워 있는 것이 좋다. 그 안에서 모든 노력과 분투를 포기하고, 머리를 이불 아래에 파묻은 채, 완전히 항복하고 울부짖음에 몸을 내맡기는 것이다. 마치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슬픔이 생각으로 바뀌는 바로 그 순간, 슬픔은 우리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는 그 능력 가운데 일부를 잃어버린다.
가끔 오후에 하늘에는 하얀 달이 작은 구름처럼 기어올라왔는데, 그 은밀하고 내보임 없는 모습은 마치 한동안 “무대에 나올” 필요가 없는 어느 여배우가 평상복 차림으로 “객석 앞”으로 가서 한동안 자기 동료들이 출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러나 여전히 배경에 머물면서, 자신에게 시선이 모이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교훈? 찬장에 들어 있는 빵도 아름다움에 관한 우리의 개념이 놓일 장소가 되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
다만 그녀의 표현만 놓고 보면, 그 소설은 실과 접착제를 이용해서 서로 달라붙게 만들어놓은 수백 장의 종이 뭉치라기보다는 오히려 일종의 늪이라도 되는 것 같다.
“프루스트는 표현을 향한 나의 열망을 너무나 자극함으로써, 나는 문장을 시작할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아, 내가 그렇게 쓸 수만 있었다면! 난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그가 확보한 것이 가령 놀라운 진동과 침투인 순간 – 그 속에는 뭔가 성적인 것이 들어 있습니다 – 에는 나도 그렇게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펜을 움켜쥐지만, 그러고 나면 나는 그렇게 쓸 수 없는 것입니다.”
“…… 과연 어떻게 이 누군가는 늘 파악되지 않고 손아귀를 벗어나기만 했던 것을 잘도 응고시키고, 그것을 이처럼 아름답고 완벽하게 영속적인 물질로 변모시킨 것일까요? 누구라도 책을 덮고 숨을 헐떡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 프루스트에 관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가 극도의 감수성을 극도의 끈기와 조합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이 나비의 색조를 그야말로 알갱이 하나까지 탐색한다. 그는 장선(腸線)처럼 질기고, 나비의 가루처럼 섬세하다. 내 생각에 그는 나한테 영향을 미친 것과 동시에, 내가 쓴 문장 하나하나에 내가 짜증을 부리게 만들었다.”
프루스트의 요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럴 때 『되찾은 요리』라는 제목의 번쩍번쩍한 삽화가 들어간 요리책을 한 부 구입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겠다. 프루스트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요리의 조리법이 담겨 있는 이 책은, 파리 최고의 요리사가 편찬해서 1991년에 처음 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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