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새벽:
흙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마른 흙.
시커매진 흙.
운동장 모래 흙
위로 퍽.
모든 빗방울은 스트라이크
우산을 배트처럼 들고 뛰어가는 아이들의 비트.
이제 그런 장면은 거의 SF에 가깝다.
제 시간에 컴퓨터를 켜고
계절의 혹독함이나 풍요는 뉴스로 읽는다.
또
흙 위로 퍽퍽 부서지는 빗방울처럼 울어본 건 언제인지.
사람들은 더 이상 잘 울지 않는다.
비가 그치고
헤어드라이기를 켜듯 아침 해가 비치고
구름을 걷듯 우산을 접는다.
밤새 창문을 열고 잤는데
빗소리에 잠이 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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