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대리의 눈물:
금요일 저녁 6시 15분.
물고기 대리가 울면서 회사를 나서고 있었다.
왜 우느냐고 했더니
오랜만의 금요일 저녁 약속인데
(광고회사는 보통 저녁약속을 쉽게 잡지 못한다 늘 야근을 하니까
약속 잡았다 펑크내는 짓을 2-3년 하다 보면 더이상 못할 짓이라 포기하게 되니까)
가방까지 다 싸고 얼씨구나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기획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오늘 안에 수정 피드백 미팅을 하고
오늘 밤과 주말 동안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필이면 회사를 나서기 직전
가장 기분 좋을 때 폭탄이 툭.
진짜로 울길래
에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왜그래~
라고 말했더니 물고기 대리는
하루 이틀이 아니니깐 그렇죠!
라는 명언을 남기고 나갔다.
저녁만 잽싸게 먹고 약속을 파한 뒤
회사로 돌아와 미팅하기로 했단다.
안타깝게도 이 업계에서 버티려면 무뎌져야 한다.
크리에이터의 섬세한 감성? 은 대부분 너무 큰 데미지로 돌아온다.
불합리함과 불규칙함이 우리가 맡아야 할 몫이다.
버텨내기 위해선
굳은살 박인 무뎌진 감성으로
크리에이티브란 걸 해야 한다.
한 때 예술가 친구를 한 둘 안 적도 있었지만
그들의 무기가 섬세한 감성과 시대를 보는 날카로운 눈이라면
우리의 무기는 무뎌진 감성과 시대를 견디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