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병:
세상엔 정말 수많은 증세의 나이병이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나이병이란, 실제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지레
"뭔지 알 것 같음"으로 인지하는 병이다.
이 무시무시한 병은
어릴 때의 지기 싫어 아는 척 얘기하는 치기 어린 화법의 일종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느껴진다는 데에 공포감이 더해진다.
헬리콥터? 타보진 않았지만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애.
네팔? 가보진 않았지만 대충 어떤 곳인지 알 것 같애.
이런 식으로 느껴지는 병.
그러므로 나이병 환자가 되어갈수록
입은 붓고 몸은 데쳐진 오징어 꼴이 되어 가고
가슴을 갈라도 심장은 찾기 힘들게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사람의 인체 구조상 못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자신의 얼굴을 자신의 눈으로 못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자신의 귀로 못 듣는다는 것이다.
나이병이란 어쩌면
심장은 이미 오래 전에 멈추고
환각의 심장 고통 소리에 이끌려 살아가는 유령 같은 건지도 모른다.
뛰는 건 아니지만 대충 뛰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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