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의 리스크:

 

 

 

좋은 크리에이티브란 그 결이나 톤앤매너가 어떻든 간에

기본적으로 진정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껍데기 같은 아이디어와 진짜 아이디어를 가르는

근본적인 차이도 그 '방법'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아이디어의 심지(중심 생각)에 진정성이 공고히

기둥을 이루고 있느냐 아니냐에 달린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평소 일할 땐 그렇게 다양하고 새롭고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와 레퍼런스를 많이 가져오는

광고 크리에이터들이 '사회'라는 틀 속에선 너무나도 뻔한 모습을

보여줄 때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예를 들면 '결혼'이 그렇다.

광고회사 내에 독신주의자와 게이 호모 등이 드문 건 그렇다 치고

결혼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대부분 어떤 아이디어도 보이지 않곤 한다.

시간과 장소. 비용과 종교적 색체 등만 다르고

나머지의 결혼 방법이나 과정은 모두 똑같다.

 

내가 유일하게 광고인답다고 느낀 결혼식은

어느 카피라이터 신부와 프로듀서 신랑의 결혼식이었는데

주례사 없이 양가의 어머님을 주례석에 모시고 그분들께 당부의 말

혹은 주례사를 들었다.

 

단지 '주례사'라는 관습을 없애서 크리에이티브한 게 아니라

실제 그들의 결혼 생활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단지 대학교수나 고등학교 은사 혹은 명망있는 사업가라고 주례사로 모신다는 게

얼마나 비논리적인지 알면서도

그런 분을 돈 주고 주례로 모시는 엉터리 관습을 따르기 보다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행동했다는 것이 크리에이티브한 것이다.

자신들의 생각으로 만든 자신들의 결혼이기에 의미있는 것이다.

 

아무튼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일 뿐이고

크리에이티브에는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누가 크리에이티브 하기 싫어서 안 하나?

리스크가 너무 커서 안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자신의 인생에는 리스크가 두려워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으면서

타인의 기업, 타인의 브랜드

결국 '타인의 인생'이자 '모든 것'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감내하고 크리에이티브 하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우리의 일이다. 광구주여 크리에이티브를 위해 과감한 모험을 하시오!)

 

연예인들이 어느 정도의 평범한 인생의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크리에이터도 어느 정도는 평범한 인생의 안전함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 크리에이티브의 힘을 믿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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