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층 프라이드:
탐정 매뉴얼이란 소설을 보면,
도시 한 가운데 거대한 탐정 빌딩이 있는데
지하는 자료실. 십 몇 층은 서기실. 이십 몇 층은 탐정실. 또 이십 몇 층은 관리자실 등.
직종에 따라 사무실 층의 위치가 다르다.
물론 제일 윗층은 대빵실.
현재 내가 다니는 광고회사 또한 3층부터 23층까지
직종별로 층이 구분되어 있는데 그 중 제작팀은 16, 17층에 있다.
출근길 다양한 사람들이 우루루 엘리베이터에 타서
저마다의 층을 찌찌 누르는데
그때마다 난 17층을 누를 때의 기분이 좋게 느껴진다.
17층을 누르는 순간 마음 속에 “띵!”소리와 함께 불이 켜지고
이봐요 난 17층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구요
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난 이걸 17층 프라이드라 부르는데,
아마 다른 직종의 사람들도 저마다의 ‘00층 프라이드’가 있을 것이다.
매일 그렇게 17층 사람들이 쌓아온 프라이드에
한 몫 끼어 탑승하는 걸 좋아라 하긴 하지만
사실 몇 층이 제일 쓰고 싶으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23층. 꼭대기 층이다.
심지어 거긴 엘리베이터도 따로 있으니까.
‘이봐, 난 23층 가는 엘리베이터 타는 사람이야’
‘중간에 아무 데도 안 멈춰’라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 들리겠지.
또 한 편으론
내가 진짜 멋있는 CEO라면 23층 가장 좋은 층을
보통 가장 연봉 높은 사람들이 쓰는 이 꼭대기 층을
직원 휴게실로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역시 피라미드는 뒤집혀 있을 때 가장 참신하니까.
그리고
직원들의 프라이드가 23층급으로 올라가야
회사의 프라이드는 하늘을 날아다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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