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객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장면은 아쉽다거나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정말 잘 만든 영화를 보면 어느 한 부분도 손 댈 수가 없다. 이 영화는 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완성되어 태어난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영화 <프랭크>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처럼.
영화의 생명력이 너무 강해서 소외감이 느껴질 정도다. ‘저 세게’엔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반면 현재 내가 사는 세계는 완성은 커녕 모든 게 엉성하고 부실하고 척박한 데다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만들며 무엇을 공유하고 싶은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알 수 없는 혼란이 ‘민주주의’의
본질인지도 모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체인지도 모르지만.
한편 영화는 제한된 시간 동안 하나의 스토리밖에 넣을 수가 없으므로 스토리적 관점에서 완성도를 이뤄낸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도 한 해, 핸 해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 하나의 주제와 스토리 관점으로 분절해서 바라볼 경우 인생의 완성도를 목격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첫사랑’이나 ‘첫 범죄’, ‘우정의 탄생과 소멸’, ‘직장에서의 불화에 대처하던 내 젊은날의 순간들’ 같은…
그 첫사랑은 충분히 아름다웠는지, 불행과의 싸움은 충분히 가치 있었는지, 불합리한 조직에 맞선 행동은
충분히 멋진 ‘캐릭터’ 같았는지, 냉철한 관객의 눈으로 들여다 봄다면 생각보다 쉽게 별점을 매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라는 캐릭터와 스토리,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왜 자신의 인생은 흥미롭지도, 재미나지도, 두근거리지도 않은지, 그 이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