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의 계승자:
슈퍼맨과 배트맨 중 더 좋아하는 캐릭터는 배트맨입니다.
그래도 비교적 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히어로라는 점과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불행하게 살아간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게 인간의 특성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게 더 창조적 캐릭터냐고 묻는다면 슈퍼맨입니다.
단 한 가지 때문입니다.
팬티(처럼 보이는 것)을 밖에 입었다는 것.
만약 슈퍼맨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까지도
팬티를 밖에 입는 슈퍼 히어로를 갖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 오늘날 누군가 세계 최초로 팬티를 밖에 입는 히어로를 탄생시켰다면?
사람들이 과연 지금의 슈퍼맨처럼 받아들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슈퍼맨은 한 개인, 한 회사의 창조물이면서 동시에
이런 컨셉을 수용할 수 있는 코믹스 전성시대 사람들의 관용성이 함께
만들어낸 크리에이티브입니다.
매일 아침 옷장 문을 열고 대범하며 코믹하고 독창적인
내 개인의 패션사를 써보려고 머리 굴릴 때
대단히 유머러스하거나 기괴하거나 명충하거나
독특한 옷의 매칭이 떠올랐을 때 난
이 시대에 태어나지 못한 슈퍼맨을 떠올립니다.
‘만화적 감성’의 시대가 이미 지나갔음을 느끼게 됩니다.
옷장 문을 닫고 거울 한 번 보지 않고 밖으로 나갑니다.
이런 상투적 인간계 패션에
거울 따윈 볼 필요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