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에 밥 말아먹고 싶다

 

 

 

아침에 눈 떴을 때 이미 비가 오고 있는 것도 좋지만,

누가 봐도 비가 올 것 같은 날 창가에 앉아

언제쯤 비님이 오실까 기다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일이 몰아쳐와

막고 닫고 쳐내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날

이제 겨우 고개 들어 창 밖 세상 좀 볼까 하는데

그 사이 이미,

비가 놀러 왔다가 원국이 없네하며 가버렸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 애써,

그래 이런 날도 좋지 라며 다시

일을 시작하긴 개뿔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몇 달이고 계속되는 메마른 일과에 대고 소리치고 싶어진다.

저리 꺼지라고.

너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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