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서 10까지의 미래
1 발끈하고
2 숨어서 화를 내다가
3 투덜대다가
4 받아들이다가
5 열심히 해보려다가
6 어느 정도 열심히 하다가
7 이 정도면 됐지 뭐 하다가
8 겨우 PT가 끝났네 하다가
9 왜 떨어졌지? 하다가
10 어차피 떨어질 PT였어
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광고생활 9년쯤 하다 보니
하기 싫은 억지 경쟁PT 건이 들어왔을 때의 내 예상 행동 10단계가 나온다.
다시 말하면 예견된 내 미래다.
영화를 보면, 어떤 예정된 미래가 있을 때 그
미래를 바꾸기 위해 사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그리고 마침내 미래를 바꾸는 데 성공하나
미래를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반전 및 교훈과 함께 영화가 끝나곤 한다.
재미있는 건 우린 늘 우리 미래를 스스로 써나가야 한다 말하면서도
쉽게 바꾸지 못한다.
반드시 9번과 10번을 바꾸는 게 미래를 바꾸는 건 아니다.
어쩌면 1번에서 7번까지를 바꾸는 게 진짜 미래를 바꾸는 것이고
9번과 10번은 바꾼 미래에 따라오는 광선일 뿐.
오늘 무척이나 하기 싫은 경쟁PT의 OT를 받았고
이미 1번부터 4번까지의 미래는 바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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