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먼드 커버, 문학동네,  2005(112)


 


 


 


 


 


 "우리가 사랑에 대해 정말 알고 있는 게 뭘까? 사랑에서 우리는 초보자일 뿐인 것 같아.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서로 사랑하기도 하지. 그 점은 의심치 않아. 나는 테리를 사랑하고 테리는 나를 사랑하지. 그리고 당신을 역시 서로 사랑하고. 지금 내가 얘기하는 종류의 사랑이 뭔지는 알 거야. 육체적인 사랑, 특별한 누군가에게 이끌리는 충동, 그리고 다른 어떤 존재, 상대의 본질에 대한 사랑 말이야. 세속적 사랑, 말하자면 다른 사람에 대해 일상적으로 배려라는 감상적인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그런데 가끔 내가 전처 역시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게 되면 헷갈리기도 해. 하지만 내가 사랑했었고, 그랬다는 걸 알고는 있어. 그래서 바로 그런 점에서 내가 테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지. 테리와 에드 문제 말이야."


 그는 그 문제에 대해 잠시 생각하더니 얘기를 이었다.


 "전처를 생명보다도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 하지만 지금 나는 그녀를 혐오해. 그래, 이건 어떻게 설명하지? 그 사랑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 사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난 알고 싶어. 누군가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에드라는 자가 있지. 그래, 다시 에드 얘기로 돌아가는 거야. 그는 테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녀를 죽이려 했고, 결국 자살했어."


 멜은 얘기를 중단하고 술을 마셨다.


 "당신들은 열여덟 달을 함께했고 서로 사랑하고 있지.얼굴에 씌어 있어요. 사랑으로 광채가 나니까. 하지만 당신들은 서로 만나기 전에 각자 다른 사람을 사랑했어. 당신들은 우리처럼 전에 결혼을 한 적이 있지. 그리고 그 전에도 다른 누군가를 사랑했을 수 있어. 테리와 나는 함께한 지 오년이 되었고, 결혼한 지 사 년이 되었지. 그런데 끔찍한 건, 정말 끔찍한 건, 한편으로는 좋기도 한 건데, 우리를 구원할 어떤 은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건, 만약 우리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해요 - 바로 내일 우리 중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상대, 그러니까 다른 한 쪽은 한동안 슬퍼하다가도 다시 기운을 차리고 곧 다른 누군가를 만나 다시 사랑을 하게 될 거라는 거야. 그러면 이 모든 게,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 모든 사랑이 그냥 추억이 되겠지. 어쩌면 추억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어. 내 말이 틀렸나? 근거가 없나? 내 말이 틀렸다면 바로잡아봐. 난 알고 싶어. 내 말은, 난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거야.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먼저 인정하는 바일세."


 


 "사랑에 관해 뭔가 아는 것처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선 창피해해야 마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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