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보면 어머니는 4015일 전에 돌아가셨고

그날은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다.

한번 날아간 빛이 우주 끝까지 멀어져가는 것처럼.

그런데 매년 어머니가 돌아온다는 설정은 조금 이상하다. 과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날은 죽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간 인간의 영혼이 여전히 인간 세계의 달력을 세며 일년을 기다린다는 것도.

양력은 세지 않고 음력만이 해당된다는 것도.

전 시대 전 공간을 아우르는 법칙이라기엔 좁고 지엽적이고,

특히 이 설정이 생기고 발전해나간 특정 시기의 법칙에 묶여있다.

마치 그 시기에만 사람이 살았고 죽었던 것처럼.

멀어짐을 멀어짐으로 받아들일 수 없던, 혹은 그러기 싫었던 사람의 응어리가

죽은 자가 매년 돌아오는 법칙을 만들었다.

'돌아가신 날'이 매년 돌아와 재생되는 법칙을 만들었다.

매년 돌아오는 '태어난 날' 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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