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버릴 수 있는 것

나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때는 그것이

'버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평생을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상처 같은 것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아마도 최소한 몇 명은 내게서 그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상처'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고,

또, 상처 같은 건 주려고 주는 것도, 주려고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아이 낳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종족보존의 욕구가 원하고 원하지 않고와 상관 없이 주어졌고

그게 버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15세 정도, 성욕을 알기 시작 할 때 쯤에

너희들에게는 이제 곧 이런이런 것이 생기는데 그것을 성욕이라고 한다.

그것의 좋은 점은 이런 이런 것이고 안좋은 점은 이런 이런 것이다.

이 성욕을 허용하겠느냐, 허용하지 않겠느냐,

라는 선택이 주어지기를 바란다.

 

25세 정도, 아이를 갖고 싶어지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지고

늙음과 소멸에 대한 두려움으로 - 자신의 삶을 이어갈 분신을 낳고 싶어 질 때

다시 선택권이 주어지길 바란다.

종족보존의 욕구가 슬슬 너에게 찾아올 텐데 이것을 허용하겠는가, 허용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수술이든, 주사든, 최면이든

'어떤 욕구'든 버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삶의 욕구가 될 수도 있을 테고

죽음의 욕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우주에 신이 존재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신은 무척이나 여러모로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어 놓았다.

 

내가 버리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질투심.

 

질투는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왜소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건 상관 없는데, 나 스스로를 그렇게 만든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질투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정작 질투심을 버리려면 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린 쉽게 버리려고 하지 않는데, 

그것은 내가 정말로 이걸 완전히 버릴 경우에

내 삶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예측이 쉽지 않은 데다가

(그만큼 우리 삶과 행동이 질투심에 의지해 진행되어 왔다.)

이렇게 질투심을 모두 버린, 더이상 누구도 질투하지 않는 나를

보통의 사람들이 질투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 때문이다.

 

결국 내가 질투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는

그런 사람이 부럽기 때문이고, 이 또한 일종의 질투 때문이다.

 

질투는 뭐랄까 그림의 스케일을 작게 만든다.

질투는 작은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인생을 끝나게 만든다.

질투는 단지 몇 개의 탁한 감정과 경험을 섞어 만든 최악의 칵테일이다.

질투는 삶의 빛을 상하게 만든다.

질투는 냄새가 난다.

 

질투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질투를 싫어한다.

이번주에는 전력으로 몇 가지를 버렸다.

버려서 잊을 수 있었다.

다만 질투는 버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