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플 때 증상.


모두가 그리운 반면, 아무도 만나기 싫다.

피부와 근육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 틈이 벌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코팅된 책받침이 시간이 지나면서 불룩불룩 공기가 들어가고 코팅지가 일어서듯이.


예민해지는 부위들이 있다 이마, 뒷목, , , 어깻죽지 등

허리가 늘어지고 다리가 무겁다 모가지가 수그러들거나 뒤로 젖혀진다.


숨이 얕게 들락날락한다.

숨을 깊게 마시면 가슴뼈와 어깨뼈 등 상체를 감싸고 있는 테가 우드듯 하면서 얇은 정전기가 흐르는 느낌이 든다.

겨울이 지난 농촌에 비닐하우스 뼈대가 우그그 흔들리는 느낌과도 닮았다.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잔뜩 생각날 것 같지만 의외로 별로 생각이 없다,

몸이 아플 때면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서히 나아질 때의 느낌을 떠올려본다.


몸에게 말을 건다.

식은땀이 난다.

열기와 냉기가 내 몸에서 만난다.

예전의 아팠을 때와 지금 아플 때를 비교해보게 된다.

예전에는 짜증을 내거나 곤두섰던 것 같은데, 지금은 주변사람들에게 잘해주고 싶어진다.


살가죽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 살가죽이 손가락에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 피부 안의 근육조직 같은 것에 느껴지는 것 같다.


마지막 아팠을 때를 생각해보게 된다.


담배가 피고 싶어진다.

내 목소리가 낯설게 느껴진다.

머릿속 뇌에 대한 이미지가 느껴진다.

뇌수 속에서 출렁이는 듯 한 느낌.

조금 더 심하게 아파지면 어떨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손바닥이 따뜻해진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이 거의 없는 물탱크에서 뽑아져 나온 수도꼭지가 된 기분이다.

물을 시원하게 틀고 싶은데, 수도꼭지가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다.

뻑뻑하게 녹슨 지 오래된 것 같은데, 그게 딱히 나쁘지 않다.

밥 알갱이들이 튼튼해 보인다.

내가 소화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위가 나를 소화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다.


몸살의 뜻이 궁금해진다(몸살 [명사] 지나친 피로로 팔다리가 쑤시고 오한이 나는 증세.).

몸의 파업, 정도로 뜻을 바꿔본다.

사전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


예전에 궁금해했다가, 잊어버린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여전히 답을 못 내리겠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데, 막상 아무도 없는 곳에 가도 귓속에 심한 잡음이 들린다.

집에 가고 싶은데, 집까지 가는 길이 멀다.

몸살을 촉발 시킨 순간을 되짚어본다.


어디 아프니? 라는 말을 들으면 살짝 마음이 따듯해지는데, 곱게 네, 라고 대답하지는 않는다, 

아뇨, 그냥 조금요, 

별 거 아니예요, 뉘앙스는 약간 퉁명스럽다.


몸이 느릿해지고 눈동자가 독립된 느낌이다. 눈동자는 그리 느려지지 않지만

눈에 들어온 영상이 잘 해석되지 않고 입력되지 않는다.

큰 소리를 들으면 관자놀이가 아프다.

귀에 이어폰을 꽂는 것조차 답답하다.

귀와 목으로 숨을 쉬고 싶어진다.

여름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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