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내가 끊임없이 헤엄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발장구를 멈추는 순간 가라앉는 것이다.
헤엄을 배운 적도 없는데 계속 헤엄치고 있다.
어렸을 때는 애써 헤엄치지 않아도
가라앉지 않았었는데 그땐 엄마가 안아주었으니까.
나 대신 다른 누군가가 2인분의 헤엄을 치고 있었으니까.
무언가를 벌어 먹고 산다는 것뿐 아니라
심지어 연애도 마찬가지라서
상대를 향해 헤엄쳐가기를 멈추는 순간 사랑이라 부르는 것이 가라앉아버린다.
헤엄친다는 건 계속해서 에너지를 소진하고 무언가를 불태운다는 것이다.
사랑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에너지를 소모해서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다가가거나 흔들거나 감동시키거나 잡아당기거나 아무튼)
나의 에너지를 상대가 느끼게 해야만 한다.
그런 정력적인 행동을 멈추는 순간 애정은 싸늘해지고 멀어진다.
그런 이유로 사람은, 사랑에도 지친다.
일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데에도 지친다.
또 단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도 지친다.
때로는 맹목적인 정신이 도움이 된다.
내가 살아간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다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발장구만 치는 것이다.
상대방의 발만 바라보며 뛰는 장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어쩌면 이렇게 끊임없이 헤엄치진 않아도 될 지 모른다.
가라앉는다는 걸 두려워하지만 우린 막상
물 속에 가라앉아서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걸 확인해보기 위해선 헤엄을 멈춰야 한다.
수면 위의 것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과 일정한 소득,
일정하게 만나는 여인과 데이트, 사랑에 빠져있다는 기분 등
잘 살고 있다는 수면 위 패턴으로부터 홀로 가라앉음을 견뎌야 한다.
그래 어쩌면 헤엄치기를 멈추고 가라앉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라앉아 본 뒤 다시 헤엄쳐 올라오면 될 일이다.
그러나 왠지 한번 가라앉은 사람은 다시 떠오르지 않을 것 같다.
잠자리에 들 땐 잠시 헤엄을 치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다.
요즘같은 겨울에는, 해가 뜨기도 전에
또 헤엄 쳐 나가야하는 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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