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우리의 삶을 하나의 쭉 뻗은 길로 이미지화 한다.
도로의 이미지 같은 것.
그게 갈림길이 있거나, 불규칙하건나, 끊겨 있거나, 그 길에 비가 오거나, 어쨌거나
우리가 생각하는 삶은 길의 이미지이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의 삶은 다른 이미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양파처럼 수많은 껍질들로 가득 채워진 공간을
한 꺼풀 한 꺼풀 뚫거나 파내거나 벗겨내며 지나가는 이미지.
어쩌면 우린 어떤 갈림길로 들어설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어떤 껍질을 발견하고 그것을 벗겨버릴 것이냐 하는 식으로
자신의 행로를 정하고 걸어가는 건 아닐까.
누군가를 보고, 그의 행보가 빠르고 순탄해서 부러울 때도 있지만,
저 사람이 또 한 꺼풀을 벗었구나 하고 감탄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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