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옛 친구와 술을 마셨는데,
예전의 연인은 의심이 많고 집착이 많아서 싫었는데,
지금의 연인은 의심도 없고 걱정도 없어서 사랑도 없어 보인다고 내게 고민 상담을 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상대방이 너를 진짜로 사랑하면 사랑하고, 상대방이 가짜로 사랑하면 안 사랑할 거냐?"
연애를 꿈꾸는 우리 모두는 이 질문에 대답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대부분이 상대방이 진짜로 사랑하면 사랑하고, 가짜로 사랑하면 안 사랑한다고 대답할 것 같다.
그런데 첫번째 문제는 어떤 게 진짜 사랑이고, 어떤 게 가짜 사랑이냐는 것이다.
마치 세상에는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이 명확하게 패턴화 되서 구분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곤 하는데
아기를 키우는 엄마 조차도 하루에 수십번씩 아기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당황하고 고민하는
게 현실이다.
또한, 처음엔 진짜로 사랑해서 연애를 하다 몇 년뒤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어 헤어지게 된 커플이 있다고 치자.
정확히 언제 어느날부터 진짜 사랑이 아니게 된 건지 구분 지을 수 있을까?
또한, 처음엔 진짜로 사랑해서 연애를 하다 몇 년뒤 진짜 사랑이 아닌 것 같아 헤어지자고 하는 사람과
처음엔 진짜로 사랑해서 연애를 하다 몇 년뒤 진짜 사랑이 아닌 것 같아 진짜 사랑인 것처럼 연기를 하며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무조건 전자가 옳은 걸까?
아니면, 나만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언제나 성의를 보이면 진짜 사랑이고
자신보다 다른 것에 더 열정을 쏟는 것처럼 보이면 가짜 사랑인가.
혹은 언제나 자신에게 성의를 보이고 관심을 표하고 사로잡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만 '진짜 사랑'으로 인정해주고 싶은 건 아닐까?
그렇다면 집착이야말로 사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형태인가?
어쩌면 '진짜 사랑' 안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고
'가짜 사랑' 안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진 않을까?
소위, 플레이보이들은 언제나 여자들로 하여금 사랑받고 관심 받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프로페셔널이지만
결국은 '가짜 사랑'으로 분류되지 않는가.
자, 결국 우리가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은 없고 불명확하지만 편리한 방법만이 남아있다.
"내 맘에 들게 하면 진짜 사랑" "내 맘에 안 들게 하면 가짜 사랑"
상대방이 진짜로 사랑하면 사랑하고, 가짜로 사랑하면 안 사랑한다는 말은 뭘까.
어쩌며 그 말 안에는,
난 속기 싫고, 상대가 진짜로 사랑할 때야 비로소 나도 사랑할 거다, 라는 속내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이런 속내를 갖고 상대방의 사랑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가늠하는 모습은
'진짜 사랑의 아름다운 모습'인 걸까?
아니면 '진짜 사랑'의 모습이란 '본래' 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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