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이웅종, 쌤앤파커스, 2017(초판 1쇄)
만약 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으로 대한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지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 평소에는 개를 사람처럼 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개를 ‘개’로 대한다. 개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를 만큼.
“개에게 일어나는 문제의 90퍼센트는 사람이 원인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사람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잘못의 대부분은 우리의 기준에 개를 맞추는 것에 있다. 의인화가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영업 아니면 연애다.”
“우리나라도 개를 키우려면 시험 보고 자격증 같은 걸 따게 해야 해요.”
첫째, 골든 리트리버가 너무 많아졌다.
둘째, 사람도 버티기 힘든 한국에서 개도 힘겨워하고 있다.
혹시 ‘전자파 민감증’이란 말을 들어 봤는가? ... 독일,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등 많은 나라에서 전자파 민감증 환자들의 모임이 만들어졌고, 이들을 위한 상품들이 불티나듯 판매되고 있다. 결국 이들은
전자파가 완전히 차단된 ‘백색찌대’ 프로젝트를 내놓고, 이를 위한 기자회견을 할 정도가 됐다. ‘전자파 민감증 환자들에게 땅 하나를’ 이라는 이름의 이 협회는 스마트폰의 전자파와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지역을 만들어 전자파 민감증 환자들이 모여 살게 해달라고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 사회의 문제도 원칙과 법치를 내세우지만, 돈의 논리 앞에서 밀리고 있다. 가장 현실적이고, 간단하며, 이상적인 해결책이 하나 있긴 있다. 바로 유기견의 입양이다. 비싼 돈을 들여서 개를
분양받을 필요도 없고, 그 절차도 단순하다. 그럼에도 유기견 입양률은 저조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유력한 이유는 이렇다.
“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람이 문제다....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이다. 사람이 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면, 번식장 문제도 유기견 문제도 다 해결될 수 있다. 생각을 거창하게 바꿀 필요도 없다. 단 한 줄이면 된다.
“생명은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다.”
“개에게 있어 사람은 나쁜 신이 아닐까?”
조선 초기만 하더라도 양반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3~4퍼센트 정도 밖에 안 되었고, 양바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 4대 내에서 벼슬살이를 하지 않으면 양반 자리에서 밀려나게 만드는 엄격한 통제 조치도 있었건만,
어째서 우리나라에서는 양반이 이렇게 많아진 것일까? 같은 시기 서유럽에서 sir(경) 호칭을 받는 귀족의 숫자가 아직까지 전체 인구의 3퍼센트 비율로 유지되고 있는 것과눈 분명 대조되는 일이다.
“여기에 허영심에 들뜨지 않은 아름다움을, 오만함이 없는 힘을, 흉포함을 포함하지 않는 용기를, 그리고 아무런 나쁜 습관도 없는 인간의 모든 미덕을 소유한 자가 잠들어 있노라.”
_ 바이런이 자신의 개의 무덤에 세운 묘비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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