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현대문학, 2018(초판 1쇄)
대공은 젊은 백작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여동생을 위해서라도 강해져야 한다고, 역경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었다.
“로스토프 백작님, 시인으로서 백작님의 시절이 지나갔다고 한다면 유감스러운 사람은 우리입니다.”
“당신과 함께한다는 건이런 겁니까?” 백작이 몽테뉴에게 따져 물었다. “한 걸음 나아갔다 두 걸음 뒷걸음질해야 하는 거예요?”
오랫동안 백작은 신사란 불신감을 가지고 거울을 보아야 한다고 믿어왔다. 거울은 자기 발견의 도구이기보다는 자기기만의 도구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특권층과의 싸움에서 프롤레타리아를 대신한 볼셰비키의 승리가 아무리 확고하다 해도 그들도 머잖아 연회를 열 것이기 때문이다.
“음, 모두가 어떤 말을 해줄 땐, 그게 사실이기 때문에 그러는 경우가 많단다.”
“모두가 어떤 말을 해줄 땐 그들이 모두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니나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그렇지만 왜 모두의 얘기를 들어야 해요?”
하나의 선물이 아이로 하여금 집을 떠날 필요도 없이 끝없는 모험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바로 크리스마스의 마법인 거야.
“저 애는 몸무게가 15킬로그램 정도밖에 안 돼. 키는 1미터도 안 되고. 배낭에 든 짐은 서랍 하나도 다 채우지 못하잖아. 저 애는 말을 걸지 않으면 거의 얘기를 안 해. 심장 박동은 새의 박동만큼이나 약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런 애가 어떻게 이토록 많은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거지?”
“삽을 내려놓고 터벅터벅 걸어서 막사로 간 다음엔 귀리죽을 먹어. 그러고 나선 담요를 턱까지 올려 덮은 채 잠을 자려고 애를 쓰지.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어떤 예상치 못한 생각들이 찾아들곤 해. 평가받고 싶고
무게를 재보고 싶어 하는 초대받지 않은 기억들이지.”
이 이야기를 특히 좋아했던 대공은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불굴의 인내를 발휘한 하나의 사례로서 종종 이 일화를 어린 백작에게 들려주었지만, 백작의 마음속에 그것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전투의 한복판에서는 선박이나 병사가 다치기 쉬운 것만큼이나 ‘사실’ 역시 다치기 쉽다. 더 심하게 다치지는 않는다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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