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2부, 류츠신, 자음과모음, 2017(초판2쇄)




 “당신은 언제나 사회를 쓰레기로 보는 쓰레기야.”



 장위안차오가 손자의 탄생을 기다린 30분 동안 지구에는 1만 명쯤 되는 아기들이 새로 태어났다. 그들의 울음소리가 하나로 모이면 웅장한 합창이 될 것이다.



 난 사실 자넬 돕고 싶어.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잖아. 형장으로 끌려가는 사형수가 비가 와서 길이 질퍽거린다고 툴툴거리니까 망나니가 이랬대. ‘왜 이렇게 불만이 많아. 우린 돌아갈 때도 이 길을 또 지나야

된다고!’



 뤄지는 창문 덮개를 닫고 침낭 안으로 다시 몸을 밀어 넣었다. 눈을 감고 머릿속을 이완시키려고 노력했다. 자고 싶은 것이 아니라 꿈에서 깨고 싶었다.



 바로 그때 탑승 지시가 내려졌다. 장교들이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일상적인 비행을 떠나는 사람들처럼 우주복도 없이 훈련복만 입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진전이었다. 적어도 우주가 예전보다 

평범해졌다는 뜻이었다. 



 “그래, 맞아. 나는 내가 한 모든 행동이 옳다고 믿어. 그 점에 대해서는 추호의 의심도 없어. 현실이 어떻든 말이지. 나는 멘털 스탬프를 이용해서 나 스스로 신이 됐어. 신은 후회할 수 없어.”



 시간이 문명을 위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문명이 시간을 위해 흐르는 것이다.



 그 명언은 파스칼의 말에서 따온 겁니다. ‘시간 속에서 살지 말고 시간이 삶을 위해 존재하게 하라. 오라, 새로운 삶이여!’



 나는 괴테의 이 말을 좋아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당신과 무슨 상관이겠는가.’



 내가 너희를 멸망시키는 것이 너희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일부에는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인류 문명도 역시 홀로그래피다....그는 우주도 역시 홀로그래피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모든 점 안에 전부가 들어 있는 것이다. 원자 하나라도 남는다면 우주의 모든 것이

남는 셈이다.그는 불현듯 이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억은 있었지만 그때의 감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거는 그의 손에 쥔 한 줌 모래처럼 꽉 쥐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손가락 사이로 우수수 흘러내리는 것이다. 기억은 메마른 강바닥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자갈과도 같다. 그의 인생은 얻자마자 잃어버려 남은 게 거의 없었다. 



“그건… 너무 암울해…”

“우주는 원래 어두운 곳이죠.”

뤄지가 백조 깃털을 잡으려는 것처럼 손을 뻗어 허공에서 휘저었다. 어둠의 질감을 느끼려는 것 같았다.



 그는 현실에서 도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실 속에 완전해 매몰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우주를 있는 그대로 비춤으로써 자신을 감추는 것이 영원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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