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불안으로 채워져 있지만

 

 

나의 삶은 불안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중 가장 근본의 불안은 이게 다 지난 내 삶일까 봐.

한 회사의 팀장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제법 대단해보일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저 작은 한 계단 올라섰을 뿐

동일한 계단이 놓인 동일한 골목 동일한 시대 동일한 인물 동일한 사건의 연장일 뿐이고

거울 속엔 문득 상품성을 소진한 중고 청소기 같은 표정의 남자가 있고

그게 나일까 봐.

그게 나라면 결국 올라서도 내려서는 것이거나

아직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지 않은 척 연기하는 중고청소기일 것 같아서.

그렇기에 그 현실에 반대하기 위해 더 힘을 내야 하는데

뇌는 지쳤고 몸도 지쳤고 마음까지도 지쳐서 자꾸만 될 데로 되라는 식의 잡음이

언젠가부터 머릿속 어떤 방에 울려서.

무엇보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내려와 처음 딛는 방바닥의 푸석한 감촉과

무릎이 내는 소리와 아침현기증이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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