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방
아버지가 죽음을 최후로 마주한 공간은 보훈병원 신관 7층 호스피스병동 개인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가 지금껏 살아온 평생의 [방]들 중 가장 크고 쾌적한 공간이다.
짐 보다 공간이 많은 곳에 누워서
스스로 돌지도 서지도 앉지도 못한 몸으로 놓여있다.
이 방에 얼마 없는 짐들 중 가장 큰 부피로서 공간의 중심에 있지만
이내 세상으로부터 미끄러져나갈 짐이기도 하다.
쾌적한 산소호흡기가 딸린 쾌적한 창고.
밖으로는 계속 밤이고 밖으로는 계속 11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