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월이 가고 4월이 왔다.
정말 그런가. 달력을 보자 4월이 있었다. 넘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코로나로 난장판이라는데 이곳은 아직 고요하다.
근무시간도 고요하고 월급도 그대로 고요하다.
고요한 채로 살고있는 건지 고요한 체로 썪고있는 건지 향수를 주문하는 손이 더뎠다.
4월 7일인지 8일인지 헷갈리는 어느 날 난 이 날을 기억하지도
이날의 날짜를 헷갈려 했음도 기억 못할 것이다.
낙엽 두 장이 떨어졌 있네, 했을 때 사실 그 두 장의 낙엽 사이에
그보다 작은 낙엽 하나가 끼어 있었을 때의 그 작은 낙엽 같은 오늘을.
때로는 덤 같고 때로는 무정란 같은 하루가 있다.
이제 본 지도 오래된 하얀 계란의 하얀 껍질을 까듯
꺄닭- 하는 소리의 까닭 모를 무너짐을 느끼곤 한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까닭을 모른다.
3월에도 몰랐고 4월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