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이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나는 아직도 슬프지 않다.

슬픔을 온몸으로 떨구며 들어서던 문상객들은

어떻게 그렇게 슬펐을까.

세상에 이런 사람이 살았었다는 것 조차도 모르던 사람들이.

그것은 어쩌면 과거의 슬픔, 자신의 슬픔을 지고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에서 상실해 버린 무언가의 슬픔을

다른 상실의 장소에 풀어놓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아직도 슬프지 않은 삶을 살아가다

어딘가 다른 곳에 가서 오히려 큰 슬픔을 느낄 지도 모른다.

있는 지도 모를 내 슬픔을 쏟아버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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