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가끔 사람이 아닌 것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을 때가 있다.
어떤 식으로 이를 받아들여야 할지 낯설었는데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익숙해져버렸다.
그러니까 이것은 완전한 문장을 이루고는 있지만 결국은 표지판이나 영수증 같은 것이다.
사무를 위한 기호.
태어나서부터 휴지통으로 가는 여정.
XX년도 신상 특가 최대 00% 세일 쿠폰 소멸 30일 전
그런데 왜 난 답장을 보내고 싶은 것일까
신상이라 이쁘거나 실망하겠네요
특가는 정말인지요
제가 쿠폰이 있었다니 몰랐어요
소멸이란 참 잔인한 단어지요.
그리고 가끔은 외국으로부터 기계적으로 번역된 메시지가 오기도 한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람이고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람이 아닌지 모를 메시지를 인지할 때
나는 왜 여전히 사람일까 나도 나의 사람이 아닌 부분이 응대해야 하는 걸까,
그런 고민을 하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나날이 무거워지는 스마트한 폰.
언젠가는 내 정맥에 폰이 흐르겠지.
그곳으로 또 문자가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