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아버지가 죽고 나서 느낀 제일 큰 당혹은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나를 얽매는 마지막 가지라고 지금까지 믿어왔는데,
상을 치르고 출근을 시작하는 순간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나는 금방 알아챘다. 설사 별의 별 짓을 다 해가며 회사를 마침내 그만두더라도
또한 자유롭지 않을 것을.
모든 것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느끼는, 그렇다고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혼자 살 수도 없는 내가 바뀌어야 했다. 자유가 어딘가에 완제품으로 있을 것이라 생각해왔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DIY 자제들이거나 찌꺼기 부스러기로 여기에 한 조각 저기에 한 마디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비록 자투리들일지 몰라도 이곳 저곳에서 조금씩의 자유를 모으면 그 양이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
내 인생을 분모로 놓고 그 위에 자유 부스러기들을 쌓아 올려도 그럭저럭 만족할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를 발견해내거나 키워내는 능력과 습관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일생에 걸쳐 위안이 될 것이다.
비록 지금은 내 손 위에서 부스스 흩어지는 자유 먼지들을 보며 이게 뭐야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