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라는 환상
피로하다.
일 때문인지 어제 한 운동 때문인지 날씨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눈 뜨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눈 감고 있기가 설탕이었던 것도 아니다.
알람을 끄고 다시 누울 때 작은 혐오감과 함께
의지도 함께 눕는 걸 느꼈다.
의지의 힘은 언제나 생각보다 약하고 지속성이 떨어진다.
의지는 거의 환상에 가깝다. 적어도 나에게는.
의지보다는 차라리 습관이 현실적이다.
의지가 알람을 끄고 눕자, 습관이 머릿속에 형광등 스위치를 올렸다.
불쾌한 조롱의 빛이 머릿속에 가득 차고
이렇게 되면 어차피 다시 잠들 수 없다.
씻고 회사로 나가기로 했지만 의지가 뭘 한 건 없다.
의지는 언제나 단 하나 ‘배반’을 가르쳐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