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다
중요한 건 기분이다. 그렇지 않은가.
기분이 좋다면 죽는 일도 기분 좋은 일이다.
기분이 좋다면 다이어트도 기분 좋은 일이다
기분이 좋다면 해고 당하는 날도 기분 좋은 날이다
기분이 좋다면 사랑을 잃은 날도 기분 좋은 날이다
그러니까 기분이 좋은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대부분의 날들, 사건들, 상황들, 추억들에서 중요한 건 기분이다.
인생의 많은 지분이 기분 좋은 상태로 있는 걸 행복한 인생이라 한다.
행복의 조건을 다 가졌어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심하다면 행복은 달성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우리의 노력과 시간 배분, 희생, 혹은 선택과 집중은
결과적으로 나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한 것들이다.
많은 것들, 과장하자면 삶의 모든 노동은 기분의 노예와 같다.
그렇다면 기분은 무엇일까.
이토록 중요한 기분은 컨트롤이 되는 걸까
적당히 기분 좋아질 여건을 만들어서 기분 좋은 상태를 컨트롤하려고 해도 기분 안 좋은 날은 뭘까.
기분은 내가 만드는 걸까.
내가 만든다고 착각되는 걸까.
기저귀에 똥 싼 아기가 우는 건 기분이 나빠서다.
낯선 사람에 울음을 터뜨리는 것도 기분이 나빠서다.(이정도 나이에는 아직 공포라는 말은 모르겠지)
배가 고픈 것도 나쁜 기분이다.
어떤 땐 그런 생각이 든다.
수많은 고민들 복잡한 사회생활 인간관계, 노력, 고민, 잔머리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기분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
보람이라는 기분, 성취감이라는 기분, 고양감이라는 기분, 각종 기분을 맛 별로 만들어서
복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기분이다, 라며 친구들과 어깨동무 하고 떡볶이를 쏘러 갈 때
기분이라는 건 대체 뭘까.
우리들 사이 어디에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