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식물
사람은 연약하고 민감하다.
쌘 척 하는 한국 남자들 또한 마찬가지고,
쌘 척 한 적 없는 남녀 어린이 노인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약한 것에 대해 증오하는 문화와 약해서 받은 상처가 역사 속에 깊이 내재해 있어
약하지 않은 척 하는 습관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연약하다.
그래서 사람에겐 예의가 중요하다.
나의 경솔함, 무책임한 언동, 쉽게 한 생각 등이 다른 이에게 아픔을 줄 수 있다.
안 아픈 척 해서 안 아픈 줄로 알지만 사실은 아팠던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은 독개구리나 독사, 독식물과 달리 몸에 독이 없는 대신 언어 속에 독이 있다.
감염시키거나 치명상을 줄 수 있다.
그걸 떠나 물리는 사람은 아프고 생각보다 쉽게 마음의 한 부분이 괴사할 수 있다.
예의는 일종의 전염을 막는 마스크. 적절한 거리 두기.
예의가 불편할 수는 있지만 부비부비를 하러 가는 고슴도치는 가시에 테니스공을 씌우고 가는 게 맞다.
예의가 답답하다면, 그것이 필요 없는 장소에 잠시 가서 벗어 두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