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눈이 내리는 길이 정해져 있다고 치자.
수직의 기차 레일이나 미끄럼틀처럼 그 길이 다 보이고
나를 뚫고 떨어질 것처럼 선명하다 치자.
그렇다면 감동으로 눈물 흘릴까.
그 또한 무덤덤해 질까.
오만상으로 얼굴을 찌푸릴 때 그 찌푸림의 주름 또한
눈 내리듯 미리 정해진 라인 대로 떨어져내릴까?
‘찌푸’가 맞춤법 대로 ‘찌푸’가 되듯이?
무심하게 걷는 남녀 사이로 길가다 불현듯 쭈구려 앉는 사람들.
살 다가 몇 번은 보게 되는 무작위의 그 무너짐은
예정되어 있는 주름인 걸까.
기어코 그 주름을 목격하게 되는 나는 그럼
무엇인 걸까.
왜 그게 그토록 슬프면서 말 한 마디 못 하는 것일까.
라인은 왜 그어지기 보다 접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