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 서보 머그더, 프시케의 숲, 2020(1판 4쇄)

 

 

 

 

 주인마님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모두 다 참는 거야. 주인님은 물처럼 고요한데, 물 아래는 어떤지 모르니 물을 휘휘 젓지는 마.

 

 

 그리고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때에는 알지 못했다. 애정은 온화하고 규정된 틀에 맞게, 또한 분명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누구를 대신해서도 그 애정의 형태를 내가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비올라는 그 모든 것에 대해 냄새를 맡고, 우아하게 명함을 돌리고자 했다. 

 

 

 그 사람이 가게 문을 열자, 사령관이 군인 외에 다른 사람에게는 빵을 주지 못하게 했어요. 사람들이 딱해 보였으니, 글쎄요, 빵이 남아 있을 때까지 조금씩 나누어주었지요. 나중에 빵이 없게 되자 사람들은 그를 믿지 못하고 밖으로 

끌어내 죽여버렸어요. 마치 빵처럼 갈기갈기 찢어서요. 

 

 

 “그들이 평화를 원한다는데, 당신은 믿으세요? 난 믿지 않아요. 평화롭다면 누가 총을 살 것이며, 교수형과 약탈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질 텐데, 게다가 지금까지 전혀 있지도 않았던 세계 평화가 왜 지금에서야 생기겠어요?”

 

 

 “알아두세요, 인간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고, 거의 죽을 정도로만 된다는 것을요. 나중에는, 다시 한 번 더 바보가 될 수 있다면, 완전한 바보가 될 수 있다면 하고 바랄 정도로 자신이 겪은 것으로 인해 현명해지죠.”

 

 

 마치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들 하지만, 예수 그 자신에 대해, 하느님에 대해 당신은 무엇을 믿을 수 있어요? 얼마나 값싸게 사람들이 당신한테 구원을 파는 것인가요?

 

 

 비올라의 열망에는 어떤 특징적인 소리가 있었다. 마치 한숨을 쉬는 듯한 그런 소리였는데, 조리대 앞에 누가 서 있든 간에, 이 애잔한 표현에 늘 무언가를 던져주었다. 비올라에 대한 기억에는 종종 이 한숨소리도 겹쳐 회상하게 된다.

 

 

 당신은 모든 사람을 한 상자 안에 쌓아두고서는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을 꺼내지요. 여기 이 때는 나의 친구, 여기는 나의 사촌, 여기는 나이 든 나의 대모, 여기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여기는 나의 의사, 여기에는 로도스에서 

가져온 납작하게 말린 꽃. 자, 나는 좀 놔주세요. 언젠가 만약 내가 없어지면 그때 가끔씩 내 묘지를 둘러보세요. 그것으로 충분해요.

 

 

 그리고 작품에서 기계나 기술로 나뭇가지를 흔들지 말고, 실제적인 열정으로 그렇게 했으면 하는 요구를 남겼다. 나에게 조금 과한 것이었으나, 이것은 에메렌츠가 준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당신이 그녀의 눈빛이자 딸이었어요.”

 

 

 텔레비전을 선사한 크리스마스 이후의 기간, 나의 삶은 그때 피어나기 시작했다. 새해 첫날이 지나자마자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수도꼭지를 돌린 것 같았다. 인간의 삶에서 좋고 나쁜 것이 흘러나오는, 그리고 어떤 것은 잠그고, 

어떤 것은 열게 하는 그 비밀스러운 수도꼭지를 말이다. 그때 바로 거기에서 물이 터져 나왔다. 장관을 이루지는 않았으나, 내 삶에서 처리해야 할,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이 그때보다 많은 때는 없었다고 느꼈다. 그 이유는 마지막까지도

알 수 없었다.

 

 

 에메렌츠의 머리 윤곽으로부터 그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그녀 어머니의 두상 형태를 완벽한 조화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 에메렌츠는 삶보다는 죽음에 더 가까이 있었다. 그녀가 알든 모르든, 자신의 어머니로 돌아가 변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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