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세계라면, 김승섭, 도서출판 동아시아, 2018(전자책 발행)
자동차 충돌사고 등을 인체공학적으로 시뮬레이션할 때도, 여성의 신체적 특성은 고려되지 않고 남성의 몸이 연구 대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현재 적정 사무실 온도로 알려진 21도는 1960년대 측정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몸무게 70kg인 40세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했던 것이지요. 이러한 ‘표준화된 신체’를 가진 남성의 대사율은 여성의 평균적인 대사율과
다르고, 당연히 체내 열 생산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에서 보리스 킹마Boris Kingma 박사는 실내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여성의 대사율을 감안한 최적의 온도를 다시 계산합니다. 여성 사무직 노동자에게 가장 좋은 실내 온도는
현재 권고되는 21도가 아니라 평균 23.2도와 26.1도 사이였던 것이지요.
모성은 여성을 아프게 합니다.
그동안 실내 온도를 21도로 맞추었던 관리인과 과도한 용량의 수면제를 처방했던 의사는 여성을 차별하거나 아프게 할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보고 배운 매뉴얼과 교과서의 내용에 충실하게 행동했을 뿐이지요. 문제는
매뉴얼과 교과서 역시 누군가의 관점에서 생산된 과거의 지식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지식의 생산 과정에는 과거의 편견과 권력 관계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우아하게 어우러진 꽃밭 앞에서
누군들 살의를 떠올리겠읍니까
그러므로 우리들의 적이 숨어 있다면
그곳은 아름다운 꽃밭 속일 것입니다.
- 고정희, <현대사연구 1>
하지만 조선 시대에도 출생과 죽음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남아 있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27명의 국왕입니다. 가장 장수한 왕은 영조로 만 81세에 세상을 떠났고, 가장 어린 나이에 사망한 사람은 왕위에서 쫓겨난 뒤 16세에 살해당한
단종입니다. 27명 왕의 평균사망연령은 46.1세입니다. 61세까지 살아 회갑잔치를 치른 왕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습니다.
ㄱ을 ‘혀 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에서 따왔다고 설명하는 발음기관 상형론은 훈민정음의 독창적인 방법론입니다.
연구에서는 의학적 기준으로 비만인 사람이 몸무게를 ‘이상적인’ 상태로 바꾸었을 경우 늘어나는 기대수명도 계산했습니다. 남성은 0.7년에서 1.7년, 여성은 0.5년에서 1.1년의 기대수명이 늘어났습니다. 비만인 사람이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평생 그 상태를 유지하며 살았을 때 1년 남짓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입니다.
1983년 수지 핍스는 재판에서 패소하고 출생증명서는 정정되지 않습니다. 당시 루이지애나에서는 흑인 피가 32분의 1 이상이 섞이면 흑인으로 분류되었는데, 계보학자에 따르면 220년 전 만남으로 인해 그녀의 몸에는 32분의 3에
해당하는 흑인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거나 한국인보다 선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국인의 범죄율이 외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한국사회에 널리 퍼진 데에는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인종은 오늘날 생물학적으로 폐기된 개념입니다. 인종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편리한 개념이지만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잘못된 편견이기 때문입니다.
인종이 사람 종의 자연적인 구분 단위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인종이란 무엇인가? 안좋은 고정관념이다. 실제로 직접 알아보지 않고, 누군가에 대해 무엇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사람들이 사용하는 많은 방법 중 하나다.
이상한 이야기이지요. 병에 걸리는 사람은 부유한 계층에서 더 많은데, 그 병으로 죽는 사람은 가난한 계층에서 더 많은 것입니다.
유방암은 발견될 당시 종양의 크기와 전이 상태에 따라 0기부터 4기까지 5단계로 나뉩니다. 발견 당시 병기stage에 따라 5년 생존율에 있어 큰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중양의 크기가 2cm보다 작고 겨드랑이 림프절에 전이가 되지
않은 0기 혹은 1기 암이면 5년 생존율은 00%에 해당합니다. 이 시기에 발견할 경우, 유방암은 두려운 병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시기의 종양이 방치되어 그 크기가 5cm를 초과하거나 다른 림프절 전이가 4개 이상이 되는 3기가 되면, 5년 생존율은 73%로 떨어집니다. 간, 뼈, 뇌 등으로 암이 전이된 4기에는 5년 생존율이 22%로 떨어집니다. 1기에 유방암이 발견되면 100명 중 1명이 사망하지만, 4기에 발견되면 100명 중 78명이 사망합니다. 즉, 같은 유방암으로
불리는 질병이지만, 생존율의 측면에서 1기 유방암과 4기 유방암은 전혀 다른 병인 것이지요.
죽음의 죽음: 우리의 죽음은 언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켰을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의료인이나 보호자가 아니라,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가 죽음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언제부터 죽음의 주도권을 당사자가 아닌 의학이 가지게 된 것일까요?
필립 아리에스는 19세기 후반부터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산업화를 거치고 공중위생의 개념이 사회적으로 널리 퍼지면서, 죽음에 땀과 고름과 배설물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입니다.
임종의 시간은 더 이상 일상적으로 존재하며 삶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치러내는 의식이 아니라, 숨기고 피해야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은 그런 ‘추한’ 죽음을 사회적으로 은폐하기에 가장 적절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많은 경우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의사가 고환암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환자도 자신의 몸을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질병이 발생한 현장이 의사에게는 외부의 공간이지만, 환자에게는
자신의 몸입니다.
의학은 통증이 삶에서 갖는 의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통증은 질환의 증상일 뿐이다. 의학은 아픈 사람의 통증 경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며 치료법이나 관리법에만 관심을 둔다. 의학은 분명 몸에서 통증을 줄여주지만, 그러면서 몸을
식민지로 삼는다. 이것이 우리가 의학의 도움을 구하면서 맺는 거래 조건이다.
이런 모순을 이반 일리치는 다음과 같은 언어로 지적했습니다.
의학 문명은 고통을 기술의 문제로 변모시켰고, 그때 괴로움으로부터 그 고유한 개인적 의미를 뺏는 경향이 있다.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이탄의 도구들 - 팀 페리스 (0) | 2020.08.31 |
---|---|
어린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0) | 2020.08.21 |
도어 - 서보 머그더 (0) | 2020.07.16 |
내셔널지오그래픽 2020년 7월 (0) | 2020.07.10 |
그래스호퍼 - 이사카 고타로 (0) | 2020.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