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ISSUE 686, eot-? : studio_K_works
‘돌은 물을 먹어야 제 색깔을 드러낸다’고 말하는 이영학은 ‘물확’ 시리즈로 정원 공간은 연출했다. ‘물확’은 한국 전통 절구 구멍인 확確에서 영감을 받아 집터 둘레석이나 주춧돌에 정과 망치로 ㄱ자, 창문, 미로 등의 모양을 만든 후 여기에 물, 이끼, 풀을 더한 작업이다.
‘이것은 내 이야기야’라는 의미 부여를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말을 하는 것이다.
선과 색은 물질이 아니라 물질이 현상하는 방식이다. 현상은 붙잡을 수 없는 것이어서 도깨비나 유령처럼 느껴진다. 자크 데리다도 ¡º마르크스의 유령들』(1993)에서 현실계를 구조화하는 상상계와 같은 유령의 막강한 힘에 대해 유령론을 말하기도 했지만, 오괴헌에서 색과 선은 유독 건축의 실체성을 유령화하는 느낌이 든다.
일단 나의 다른 작업과 대별해서는 어린이집이라는 프로그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안전과 관리라는 측면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할 만큼의 설계 규정들이 설계를 만만치 않게 했다. 돌이켜보니 어린이집은 생명관리정치의 아주 첨예한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종종 산에 갈 때 트래킹 데크 같은 게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산에서조차 사고가 나면 공무원이 질책을 받기도 한다는데, 그만큼 생명관리정치에 의해 외부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대부분의 오락, 할리우드, 마블 영화들은 시네마가 아니라고 했다. 세상에는 위험하고 비밀스럽고 숨어 있는 감정이 있는데 그 감정이 드러나야 시네마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을 명목으로 모든 걸 통제하면서 위험한 상상마저 제거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은 건축은 근본적으로 프로젝트고, 프로젝트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거기에는 건축가가 무엇을 꿈꾸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내가 상상하는 도시는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보다 더 나을 거야’라는 상상과 믿음 말이다. 그것 없이 건축가라는 직능은 성립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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