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트는 오늘 지하철 1호선에서 인쇄공익광고를 보고 감동 받았다.
왼쪽에 아기 사진, 오른쪽에 여중생 사진.
그 가운데 카피가 있다.
카피의 마지막은 이렇다.

"...........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겠다. 나는 아빠다."


카피 한 줄로 바뀔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긴 하지만,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경각심을 세우고, 화목한 가정사회를 이루려는 국가적 차원의 광고세뇌에 말려들지 않도록 이것저것 다른 생각을 했다.



<1>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가 제다이에게 "I'm your father." 라고 말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한글 번역으로는 "내가 너의 아버지다." 라고 되어있다고 한다.

칼을 맞댄 제다이에게 다스베이더가 훅훅거리며 중저음으로 말할 때 
"Oh, baby. 내가 너의 아빠란다."

라고 번역한다면 꽤 재밌지 않을까.


<2>
지하철 안내방송이 나오기 전에는 대단히 낯익은 새소리가 난다.

종달새소린가.
열차마다 고유번호가 있듯이 고유의 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개소리나

말울음소리, 돼지 밥 먹는 소리,  삶은 달걀 소리, 그림물감 풀어내는 소리.



<3>

 

누구나 자기가 즐겨듣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즐겨듣지 않는 음악을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

           잘 안된다.

 

 

누구나 자신이 감동 받은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평가하기 나름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몹시 실망한 쓰레기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평가하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

         어렵다.

 

 

 

<4>

누구나 지하철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몹시 피곤한데다가 마침 자리에 앉아 있다면

내리지 말고 그냥 계속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특히 열차가 지하가 아닌 지상을 지나고 있을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여태까지 두 번 정도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갔다. 계속.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곳까지.

 

돌아가는 버스가 두 시간 뒤에 온다고 해서 막,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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